매일경제  2022. 5. 28.  https://www.mk.co.kr

 

... 어느 날 A씨의 건강이 급격하게 악화됐다. 부동산과 달리 예금은 미처 유증을 하지 못한 상태였다. A씨는 급하게 동영상을 찍어 현금 100억원을 배우자와 혼외자 등 3명에게 남긴다고 유증했지만 유증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이 현금 100억원을 두고 '큰 집'과 '작은 집'이 다투게 된 것이다. 

 

- A씨 동영상이 유증 요건을 갖추지 못한 이유는?

= 유증 요건은 매우 엄격해서 방식이 하나라도 어긋나면 유언으로서 효력이 없다. 동영상 촬영은 녹음 유언과 같다. 민법 1067조에 따르면 유언을 남길 때 유언자가 직접 유언의 취지, 이름, 날짜를 모두 말해야 한다. 또 혼자서만 촬영해서는 안 된다. 참여한 1명 이상의 증인이 '유언자 본인의 유언이 틀림없다'는 유언의 정확함과 증인 자신의 이름과 날짜를 남겨야 한다. 단 이익을 받을 수 있는 가족이나 미성년자는 증인이 될 수 없다. 안타깝게도 A씨는 유언을 남기면서 증인을 제대로 세우지 않았다.

- 유증 요건을 갖추지 못해도 사인 증여 효력이 인정된 이유는?

= 유증은 유언자 단독행위지만 사인 증여는 증여자가 증여 의사를 표시하고 수증자가 승낙하면 발생하는 계약이다. 유증으로서 형식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도 사인 증여 요건을 갖췄다면 사인 증여 효력을 주장할 수 있다는 판례가 많다. 그러나 그간 대부분 판례는 서면이 교부된 경우였다. A씨 사례에선 A씨가 동영상을 찍을 때 배우자 B씨와 혼외자가 A씨 옆에 있었다. B씨와 혼외자는 그 말을 옆에서 들으면서 감사를 표해 사실상 증여를 승낙한 셈이었다. 구두계약도 계약이란 점이 인정됐다.

- 배우자 B씨와 혼외자 상속이 원만히 해결된 비결은?

= 우선 현금 100억원의 15분의 7을 먼저 찾고, 나머지 15분의 8에 대해 은행에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배우자 몫 3과 자식 6명 몫 각자 2를 합쳐서 15로 나눠야 하는데, 배우자 몫 3과 혼외자 몫 4를 합쳐서 15분의 7을 먼저 찾은 것이다. 은행도 이를 받아들였다. 이렇게 먼저 위험요소를 제거해 급한 불을 끈 뒤 상속재산 분할 협의에 들어갔다. 

 

 

수백억 부동산은 전처와 혼외자에 증여…
남은 예금 100억원은 누구에게 [이번주 이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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