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정봉주 '미투' 사건의 재구성" (2018. 4. 2.)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19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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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직후 그의 입장은 '만남 은 인정하되 성추행은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중앙일보>에는 기사가 그렇게 나갔다. 하지만 얼마 후 그는 기사의 수정을 요구하며 아예 렉싱턴 호텔에 간 적이 없다고 주장하기 시작한다. 그새 무슨 일이 있었을까? 3월 9일 보도자료와 3월 12일 기자회견문을 보자. 일단 정봉주가 제시한 12월 23일 일정을 보면, 그새 그가 알리바이를 확보했음을 알 수 있다. 즉, 나꼼수 멤버들의 묵인 하에 12시에 시작한 녹음이 시간을 거슬러 새벽에 끝나고, 렉싱턴 호텔에 있던 시간에 동시에 멤버들과 고기를 먹고 있게 된 것이다.
그럼 정봉주가 멤버들과 함께 대중을 속인 건가? 아니다. 외려 대중이 그를 속였는지도 모른다. 정봉주가 한 거짓말은 외려 대중이 만들어줬다. 폭로가 나오자 그의 행적에 관한 자료나 기록을 찾아 그에게 전해준 것은 대중이었다. 그들은 당사자보다 더 적극적으로 알리바이 확보에 나섰고, 당사자보다 더 격렬하게 피해자와 <프레시안>을 공격했다. 정봉주가 대중을 속인 게 아니다. 대중이 정봉주를 속인 것이다. 즉, 대중은 정봉주를 속여서라도 그에게 계속 속고 싶었던 것이다. 왜? 자기들의 우상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심리적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으니까. 대중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멍청하지 않다. 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멍청할지도 모른다.
나꼼수 멤버들은 왜 그의 거짓말을 말리지 않았을까? 그들의 표현을 빌면 왜 그를 "믿어" 줬을까? 정말로 기억이 안 나서? 네 사람이 우연히 동시에 단체로 동일한 허위기억을 가질 수는 없다. 혹시 자신들을 이익공동체라 생각했을까? 하긴, '나꼼수' 브랜드로 묶인 이상 한 멤버의 추문이 다른 이들에게까지 피해를 끼치게 된다. 그래서 공동의 이익을 위해 그 일을 함께 묻으려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독특한 철학일 수도 있다. 거기에 따르면, 입진보들은 도덕적 결벽성에 빠져 동지의 뒤통수나 치며 이적행위만 하나, 실천하는 진보는 같은 진영 사람이라면 잘못을 한다 해도 내치지 말고 적 앞에서 끝까지 감싸준단다.
애초에 철학이 그러니 정봉주를 "믿어"주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이는 뭐 가치관의 차이이니 굳이 탓하고 싶지 않다. 어쨌든 이 철학의 바탕에는 '진영 멘탈리티'가 깔려 있다. 아마도 그들이 정봉주를 감싼 동기 자체는 악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그저 '미투'로 인해 진보진영이, 진보정권이 적의 파상공격을 받아 무너질까 두려웠을 수도 있다. 그 두려움에서 김어준의 "공작적 사유" 가 나오고, 손혜원·정청래 전현직 의원이 그를 두둔하고, 조기숙 교수와 최민희 전 의원이 진짜와 가짜 '미투'의 감별사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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